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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 시어머니.30대 동서에 치여, 40대 며느리 억장 무너진다 (조선일보) 2019.09.09

지난해 가을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김영민 서울대 교수)이 화제를 모았다.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 거니?" 물으면, 얼버무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 대꾸하라는 식이다. 위트가 돋보였지만 현실에서 써먹을 순 없었다.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추석을 나고 있을까. '아무튼, 주말'이 SM C&C '틸리언 프로(Tillion Pro)'에 설문조사를 의뢰했다. 연령대별로 1000여 명씩 20~60대 남녀 5052명이 응답했다.


시어머니.30대 동서에 치여,

40대 며느리 억장 무너진다 (조선일보)




[일러스트 : 안병현 '조선일보']


지난 31일 오후 4시 고속도로에서 잠이 깼다. 경부고속도로 천안 부근. 버스는 전용차로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경부선 서울 방향 77㎞ 구간에서 시속 40㎞ 미만으로 서행'이라는 뉴스가 보였다. 올 것이 왔구나. 벌초 행렬을 시작으로 추석이 다가온 셈이다.


민족 최대 명절이라는 위엄은 해마다 훼손되고 있다. '추석을 없애자'는 국민 청원이 올라왔고 차례 문화를 거부하는 가구도 늘어난다. 종교적 이유는 옆으로 밀쳐두자. 추석은 까딱하면 세대 갈등과 남녀 갈등이 연쇄 폭발할 수 있는 최전선이다. 아내는 느닷없이 19세기 며느리처럼 전을 부치고 남편은 부엌을 흘금거리며 눈치를 본다. 취업하지 못했거나 결혼을 미룬 20~30대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어른들이 무심한 질문을 던지곤 하니까.


지난해 가을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칼럼(김영민 서울대 교수)이 화제를 모았다. 당숙이 "너 언제 취직할 거니?" 물으면, 얼버무리지 말고 "당숙이란 무엇인가?" 대꾸하라는 식이다. 위트가 돋보였지만 현실에서 써먹을 순 없었다.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추석을 나고 있을까. '아무튼, 주말'이 SM C&C '틸리언 프로(Tillion Pro)'에 설문조사를 의뢰했다. 연령대별로 1000여 명씩 20~60대 남녀 5052명이 응답했다.


추석에 차례를 지내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우리 집이 더 엄격하거나 더 느슨한 건 아닐까. '예전부터 지낸다'가 53%였다. '최근 몇 년 사이 안 지내기로 했다'가 26%, '오래전부터 안 지낸다'가 21%로 나왔다. 이 응답대로라면 네 집 중 한 집, 국민 1000만여 명이 최근 몇 년 사이에 전통을 버린 것이다. 특히 30대 남성은 33%나 이렇게 답했다.


회사원 이모(45)씨 가족은 지난 5일부터 추석 연휴까지 스페인으로 여행을 떠났다. 추석엔 차례 안 지낸 지 5년째다. 그는 "큰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부터 설에만 일가친척이 모이고 추석은 각자 편하게 보낸다"며 "세월이 더 흐르면 설에 차례를 지내는 일도 없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추석이 노동인지 휴식인지도 물었다. '둘 다'라는 응답이 37%. 연휴가 길어 일하고도 쉴 수 있다는 뜻이다. '노동이다'는 32%, '휴식이다'는 22%였다. 남녀 차이, 세대 차이가 뚜렷했다. 40대 여성은 51%가, 50대 여성은 47%가 '노동'이라 답했다. '휴식'이라는 의견은 20대 남성(35%)과 60대 남성(30%)에서 상대적으로 많았다.


10년 전과 견주면 무게중심은 어느 쪽으로 이동하고 있을까. '휴식이 강해졌다'가 38%, '노동이 강해졌다'가 33%였다. '휴식이 강해졌다'는 50대 남성(52%)이, '노동이 강해졌다'는 40대 여성(44%)이 각각 최고치를 찍었다. "명절 노동에 가장 큰 짐을 짊어진 그룹은 40대 여성이다. 어머니 세대는 일선에서 물러났고 30대 이하 여성은 웹툰 '며느라기'처럼 시댁에서 희생하는 데 거부감이 크다"고 틸리언은 분석했다.


추석은 1989년부터 사흘 연속 공휴일이다. 2014년 대체휴일제까지 도입돼 '가을 휴가'와 같다. 차례를 안 지낸다면 뭘 할까. '그냥 쉰다'가 54%로 1위였다. '여행'(27%) '종교 시설에 간다'(10%) '일한다'(9%)가 뒤를 이었다. '여행'은 30대에서 32%를 차지했다. '일한다'는 40대 여성(12%)과 20대 남성(12%)이 다소 높았다. 벌초와 성묘에 대해서는 '둘 다 한다'가 25%, '성묘만 한다' 19%, '벌초만 한다' 14%로 조사됐다.


추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조상(고향)'과 '음식 장만'이었다. 각각 27%. '교통체증(운전)'이 18%, '시댁(처가)' 15%, '스트레스(진학·취업·결혼 등)' 13% 순이었다. 60대 남성은 53%가 '조상(고향)'을 꼽았다. '교통체증'은 40대 남성(23%)에서, '음식 장만'은 50대 여성(46%)에서, '스트레스'는 20대 여성(24%)에서 높게 나왔다. 추석은 누구에게는 그리움, 누구에겐 고통이다.


그렇다면 추석에 가장 큰 스트레스는 뭘까. '경제적 부담'(31%)이 으뜸이었다. 50대(42%)와 60대(37%)가 많이 토로했는데 특히 50대 여성의 46%가 스트레스 1순위로 돈을 지목했다. '이동에 따른 부담'(18%)은 연령대와 관계없이 고르게 나타났다. '명절에만 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20대 여성에서 19%로 가장 높았고 30대 여성(15%), 20대 남성(13%) 순이었다. 20대 여성의 23%, 20대 남성의 19%, 30대 여성의 17%는 '곤란한 질문을 받는 것'이 괴롭다고 했으니 어른들은 주의하시길. 특히 진학·취업·결혼 이야기는 따로 만나 밥이라도 사주면서 하시라. 관심도 지나치면 간섭이다.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은 20대 남성(17%)이, '부모나 형제간 갈등'은 60대 남성(15%)이 스트레스 원인으로 꼽았다.


근무나 다른 방법으로 명절을 기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한 견해를 묻자 '부럽다(충분히 이해한다)'가 39%, '이해는 하지만 그럴 것까지야'가 54%,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가 7%로 나타났다. '부럽다'는 20대에서 51%, 30대에서 45%로 높았다. 뜯어보면 20대 여성의 62%, 30대 여성의 54%, 40대 여성의 52%가 이렇게 고백했다. 반면 50대 여성은 35%로 평균 이하. 40대 여성과 50대 여성의 관점 차이가 두드러졌다.


대가족이 사라지고 남녀 평등 의식이 커지면서 추석은 천덕꾸러기가 된다. 명절의 참뜻을 새겨볼 필요는 있다. 김병일 전 국학진흥원장은 저서 '선비처럼'에 썼다. "추석은 돌아가신 부모님을 비롯한 조상과의 만남이자 그리움, 또 자손이 한자리에 모여 형제애를 확인하는 자리다. 차례 문화는 효(孝)의 살아 있는 교육장이기도 하다."


명절 준비를 여성이 전담하던 시대는 지났다. 추석이 끝나자마자 우리는 현대인으로 돌아간다. 박한선 강사는 "하지만 할아버지가 수십 년 지켜온 전통이 무너지는 것을 굳이 추석 차례상 앞에서 목격할 필요도 없다"며 "서로 배려하면서 과거 대가족 시대와 성 역할을 체험하는 날로 받아들이면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

태그
가을, 명절, 추석, 한가위, 연휴, 며느리, 가족, 잔소리, 남녀길등, 분쟁, 여행, 차례, 자유시간, 노동,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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