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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사회] 100명 중 44명은 올해 더 살쪘다, '치매인가? 먹은 걸 계속 까먹어요.' (조선일보)

2020.10.12
세계보건기구(WHO)는 2004년에 비만을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규정했다. '비만과의 전쟁'에서 한국인은 얼마나 악전고투 중일까. 코로나 사태로 활동량이 급감한 2020년은 어느 해보다 전황이 나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튼, 주말'은 비만 예방의 날(10월 11일)을 앞두고 SM C&C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에 설문조사를 의뢰했다. 20~60대 남녀 5016명이 응답했는데 2208명(44%)은 "올해 들어 체중이 늘었다"고 했다.



100명 중 44명은 올해 더 살쪘다,

'치매인가? 먹은 걸 계속 까먹어요.' (조선일보)




몸무게를 잴 때 눈을 질끈 감는다. 삶의 하중은 체중계에서 가장 묵직해지는 모양이다. 으이구, 또 살이 쪘다! 요 며칠 사이에 목구멍 너머로 삼킨 것들을 되짚는다. 체중계 위에서 길게 한숨을 뱉어도 숫자는 꿈쩍도 안 한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8년 건강검진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은 38.2%, 즉 10명 중 약 4명이 비만이다. 국내에서는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정의한다. 2014년 32.8%이던 국내 비만 인구 비율은 최근 5년간 꾸준히 늘어 40%를 바라보고 있다. 남성 비만율은 이미 45.7%까지 치솟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4년에 비만을 세계적인 유행병으로 규정했다. '비만과의 전쟁'에서 한국인은 얼마나 악전고투 중일까. 코로나 사태로 활동량이 급감한 2020년은 어느 해보다 전황이 나빠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튼, 주말'은 비만 예방의 날(10월 11일)을 앞두고 SM C&C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에 설문조사를 의뢰했다. 20~60대 남녀 5016명이 응답했는데 2208명(44%)은 "올해 들어 체중이 늘었다"고 했다.


먼저 설문 응답자들이 체중으로 어느 구간에 속하는지부터 물었다. '정상(BMI 18.5~23)'이라는 고백이 38%로 가장 많았다. '과체중(BMI 23~25)' 33%, '비만(BMI 25~30)' 12%, '저체중(BMI 18.5 이하)' 10%, '고도 비만(BMI 30 이상)' 7% 순이었다. 고도 비만은 20대 남성(10%)에서, 비만은 30대 남성(19%)에서 각각 높게 나타났다. 몸무게를 축소하고 싶어하는 욕망 때문인지 다른 오차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건보공단 자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비만율이 낮았다.


올 들어 체중은 어떤 변화를 겪었을까. '늘었다'가 44%, '줄었다' 24%, '변화 없다'는 32%로 나타났다. 몸무게가 늘었다고 고백한 2208명에게 살이 얼마나 붙었는지 캐물었다. '3㎏ 이상'이라는 응답이 661명(30%)으로 가장 많았다. '2~3㎏'(29%), '1~2㎏'(28%), '0.5~1㎏'(11%) 순이었다. '3㎏ 이상 늘었다'는 40대 여성(35%)에서, '2~3㎏ 늘었다'는 40대 남성(32%)에서 많이 나왔다.


건강검진 빅데이터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한국인 100명 중 38명은 BMI가 25 이상인 비만 상태다. 비만율은 남성이 45.7%로 여성(29.6%)을 압도한다. 남성은 40대(49.7%)와 50대(45.1%)는 물론이고 30대(51%), 20대 이하(40.7%)에서 ‘젊은 비만’이 두드러지고 있다. 반면 여성 비만은 70대(42.7%), 60대(39%), 50대(31.2%) 등 폐경 이후에 높아진다. 남녀 사이에 비만율 격차가 가장 큰 연령대는 30대(남성 51%, 여성 19.9%)로 나타났다.


한국인은 올해 활동량이 얼마나 줄어든 것일까.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내장된 건강관리 맞춤형 서비스를 들여다봤다. 이 빅데이터에 따르면 남성 사용자는 지난 9월 20~26일에 하루 평균 활동 시간이 49분, 걸음은 4854보였다. 지난해 9월 22~28일에는 어땠을까. 하루 평균 56분 활동했고 5180보를 걸었다. 1년 사이에 하루 7분 덜 움직이고 326보 덜 걸은 셈이다. 365일로 환산하면 어마어마하다. 연간 활동이 약 43시간, 걸음은 11만8990보 감소한 것과 같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올 들어 체중이 불어난 이유도 물었다. 이 문항은 복수응답이 가능했다. '주말 집콕 등 활동 감소'(56%)가 으뜸으로 지목됐다. 이 밖에 '운동 중단'(37%), '스트레스로 인한 과식'(27%), '먹방 등 TV 시청 증가'(21%) 등이 원인으로 꼽혔다. 모두 코로나 사태와 얽혀 있는 이른바 '확찐자'다.


허리둘레가 남성은 90㎝ 이상, 여성은 85㎝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정의한다. 2018년 건강검진 통계로는 남성 29.4%, 여성 23.2%가 복부비만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주관적 인지율은 더 높았다. 복부비만에 대해 응답자 49%가 '있다'고 답했다. '없다'는 41%였다. 50대 남성은 100명 중 58명(58.3%)이 복부비만이라고 했다. 다이어트를 시도해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여성 65%, 남성 50%가 '있다'고 답했다. 예상대로 30대 여성(69%)과 20대 여성(68%)에서 다소 높게 나타났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일본 다음으로 비만율이 낮다. 하지만 증가하는 속도가 빨라 방심하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고도 비만(BMI 30 이상) 환자는 최근 20년 사이 두 배가량 증가했다. '젊은 비만'도 심각해지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발표한 학생 건강검사 표본통계(초·중·고교생 10만여 명 대상)에 따르면 25.5%는 비만이거나 과체중이었다. 그 비율은 최근 5년간 해마다 1%포인트 정도 증가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아침 식사와 비만 사이에 상관관계도 나타났다. '아침을 거른다'는 사람들은 고도 비만이 8%에 달했고 '먹는다'는 사람들은 4%에 그쳤다. 올 들어 체중이 얼마나 늘었는지 물었다. 아침을 거르는 응답자가 챙겨 먹는 사람에 비해 2~3㎏ 이상 살이 더 찐 것으로 조사됐다. 동국대 의대 가정의학과 오상우 교수(대한비만학회 이사)는 "아침 식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입증하는 결과"라고 했다.


비만에는 심리적인 요인도 있다. 회사원 A(여·30)씨는 갑상선암 수술 후 체중이 불고 의욕을 잃은 상태였다. 고도 비만(BMI 32)에 체지방 과다, 대사증후군, 이상지질혈증도 있었다. 다이어트에 거듭 실패하자 지난해 말부터 서울 강남세브란스병원 비만클리닉에서 식이요법과 운동 처방을 받았다. 체중이 9㎏ 줄었다. 담당 의사는 "A씨가 이제 활기를 되찾았고 체지방 감량을 시도하는 중"이라고 했다.


구글에서 'Why am I fat(나는 왜 뚱뚱한가)'를 검색하면 '식사 기억 상실증(eating amnesia)'이 나온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입에 뭔가를 계속 넣는 행동이다. 그러면서 TV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이메일을 체크하는 등 멀티 태스킹을 한다. 과식을 할 수밖에 없다. 스트레스가 심한데 출구를 찾지 못해 일시적인 만족이라도 얻으려는 것이다. 음식과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과자를 원한다면 일정량만 담아 먹거나 작은 포장을 구입하는 편이 낫다.


우리는 한국 사회의 비만 수준을 어떻게 생각할까. 응답자 중 7%는 '매우 심각하다', 49%는 '심각한 편이다'고 했다. 오상우 교수는 "1970년대 이전에 태어난 세대는 어릴 때 지방과 설탕에 별로 노출되지 않았지만 그 이후 세대는 패스트푸드와 배달, 야식문화를 경험하고 자랐다"며 "미국이나 유럽보다 비만이 덜한데 국민이 심각하게 생각하는 비율이 이렇게 높다는 건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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